🍂 올가을, 나의 은혜 도감
안녕, 나의 은혜야!
안녕, 나의 가을아!
그리고 안녕, 나의 특새야!
불볕더위가 언제였나 싶게 가을이 왔다.
백자산 산자락엔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, 계단 위엔 물든 나뭇잎이 하나둘 내려앉았다. 나도 기다리던 가을 특새를 맞이한다.
어제는 특새콰이어 첫 연습도 했다. 함께 찬양할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.
오늘 말씀은 “복은 섬김으로 이어집니다”였다.
복을 받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, 하나님께 받은 복을 어떻게 나누며 살아가느냐는 더 깊이 생각해 볼 일인 것 같다.
예수님은 높아지실수록 더 낮아지셨다는데…
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?
돌아보면 나는 여전히 ‘내가 먼저’라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 같다.
내가 한 일은 알아주길 바라고, 내 수고는 인정받고 싶고, 내 마음은 누군가 먼저 헤아려주길 바란다.
주님께 받은 복을 세어보면서도, 정작 그 복을 흘려보내는 일에는 인색했던 나를 마주한다.
섬김은 거창한 결심보다 내 마음의 중심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되는 것일 텐데, 나는 아직도 나를 앞세우며 살아가고 있다.
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고, 내 수고를 인정받고 싶고, 때로는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 앞에서 먼저 손 내밀기도 쉽지 않은 나.
말씀을 듣다가 슬그머니 나를 들여다본다.
주님께 받은 사랑은 그리도 많은데, 나는 그 사랑을 얼마나 나누며 살았을까….
예배를 마치고 남편과 백자산 치유의 숲을 걸었다. 가을바람을 맞으며 나란히 걷다 보니 예배 시간에 들었던 말씀이 다시 마음을 두드렸다.
섬김이 꼭 크고 대단한 일이어야 하나.
남편에게 한 번 더 웃어주고, 무심히 지나쳤던 이야기도 조금 더 귀 기울여 들어주고…
직장에서는 아이들의 눈을 한 번 더 바라봐 주고, 바쁜 마음에 재촉하기보다 작은 손짓 하나에도 잠깐 기다려주고 싶다.
동료 선생님에게 먼저 웃어주는 일도, “수고했어요”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일도 섬김일 테다.
생각하면 모두 내가 할 수 있는 일인데, 왜 막상 생활 속에서는 그리 쉽지 않을까….
특히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의 발까지 씻겨줄 수 있느냐는 말씀 앞에서는 아직도 자신이 없다.
그래도 이번 특새에는 그 마음을 조금씩 배워가고 싶다.
받은 사랑을 움켜쥐지 않고, 작은 섬김으로 삶 속에 드러내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.
나는 이미 하나님께 넘치도록 복을 받은 사람인데…
그동안 더 받기만을 바라며 살지는 않았는지, 내게 주신 복을 이웃과 나누는 일에는 얼마나 인색했는지 돌아보게 된다.
복은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섬김으로 이어질 때 더 아름다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.
올가을엔 나만의 은혜 도감을 써보고 싶다.
오늘 남편에게 지어준 미소 하나, 아이에게 조금 더 기다려준 순간, 동료에게 먼저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.
별것 아닌 하루 같아도 그런 순간들을 한 장씩 담아보면 어떨까.
나중에 도감을 펼쳐보았을 때, 내가 얼마나 많은 복을 받았는지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밝혀준 날들도 남아 있으면 좋겠다. 내가 받은 은혜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, 나의 작은 섬김이 또 다른 사랑으로 이어진 흔적이 가득하면 좋겠다.
안녕, 나의 은혜야!
안녕, 나의 섬김아!
올가을엔 우리 좀 친해져 보자.
받은 복을 나누고, 사랑으로 섬기는 기쁨을 함께 배워보자.
알겠지?
이번 특새가 기다려진다.
말씀으로 받은 은혜가 내 마음에만 머물지 않고, 집에서는 남편에게로, 직장에서는 동료들과 만나는 이들에게로 조금씩 흘러가기를….
백자산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듯, 우리 경산중앙교회 성도님들의 삶에도 하나님께 받은 복이 사랑의 섬김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. ❤️🩹❤️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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